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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유산 <산사, 한국의 산지승원>

아름다운 천등산 봉정사

봉정사를 찾는 모든 분들의 마음이 평화롭고,
가정이 행복하시기를 기원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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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산사(봉정사)를 찾아서-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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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재필 작성일20-01-25 07:01 조회2,68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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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락전 앞엔 아담한 석탑이 자리하고 있다.고려시대의 석물답게 세월의 이끼를 담뿍 입고 있는 석탑에게 각별한 정이 느껴지는 건 어인 일 일까?
서탑을 왼쪽으로 하니 종각이 보인다
종은 사찰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예로부터 악기로도 사용했고 서양에선 기독교에서 종을 사용하여 의식(예배나 미사)의준비를 알릴 때 사용한다.
그러나 고즈넉한 산사에서 듣는 종소리는 바람소리,물소리로 그 자체가 자연의 소리다.
청년시절에 치악산 상원사에서 새벽을 맞은 적이 있다
그 새벽에 들은 종소리는 여명에 비껴있는 산자락의 여백을 채우는데 충분하고도 남음이 있었다.

그 후로 나는 산사의 종소리를 좋아한다.
그래서 울리지 않는 종이라도 종각엔 항상 들러 본다.
대개 종각엔 목어와 운판이 함께 걸려 있다.
절집에 있는 큰종을 우리는 범종이라 부른다.
범종의 범(梵)이란 우주 만물이며, 진리라는 뜻이라고 가르쳐준 스님의 말씀이 생각난다.
따라서 범종의 소리는 곧 중생들에게 진리를 전하는 종소리가 된다는 뜻이리라.
서양의 종과 범종의 차이는 소리의 여운으로써 알 수 있다.
여운이 나지 않는 범종을 상상할 수 있겠는가?
여운이 나는 것은 대나무 모양의 용통이라고 하는 음관을 통해 나온 맑고 고른 음이 가늘고 긴 소리를 엮어내기 때문이다.
그 여운은 부처의 음성이라 하여 법음 이라고도 한다.
종소리를 듣는 모든 중생은 지혜가 생겨 잘못에서 벗어나 지옥에 떨어진 중생까지 제도 된다고 하니 범종소리로 인해 마음의 평안을 얻어 깨달음을

 얻을진대....
종각을 뒤로하고 싸리 울타리가 둘러쳐져 있는 요사채로 오니 김장독 7개가 정겹게 묻혀 있었다.
스님들의 공양을 위한 사계절 김치 냉장고인가보다.
스님들의 공양과 잠자리 휴식공간을 위한 곳 무량해회. 즉 요사채는 출가 수행자가 몸에 집착하지는 않지만 청정한 수행을 행하고 육체를 보호하기 위한 곳이라고나 할까?
수행자도 사람이거늘 먹지않고 자지 않는 것이 아닐진대 그들 역시 일반인과 똑같이 먹고 자고 입는 것을….
그러나 수행자 나름의 공양의 계가 있으니 <계초심학인문>에 보면 다음과 같은 귀절을 일반인도 본 받을 만 하다.
“ 음식을 먹을 때는  소리가 나지 않게 하고, 집고 놓을 때도 조심스럽고 똑똑히 하라.
낯을 들어 돌아보지 말고, 좋은 것을 좋아하고 ,나쁜 것을 싫어하지 말라. 조용히 잡된 생각을 막아 보호하되 밥을 먹는 것이 오직 건강을 유지하여 도업을

 이루기 위한 것으로 알고 반야심경을 생각하되 삼륜이 청정한 것으로 광하여 도에 쓰임을 잊지 말라”
요즈음 우리네의 무절제한 음식문화를 한 번쯤 되돌아 보게 하는 귀절이라 하겠다.

요사채 마당에서 보니 극락전과 대웅전(부처를 모신곳) 을 감싼 언덕의 소나무가 남향인데도 북으로 누었다 하여 요사채 마당에 서서 올려다보니 그

부근의 소나무가 북쪽으로 기울어져 있다.
대개의 나무들이 해향성으로 남쪽으로 가지가 기우는데 이 소나무들은 이상하게 북으로 누어 있어 그 연유를 물어 보니(관광 도우미에게) 남쪽으로 가지가 기울면 대웅전과 극락전에 계신 부처님에게 그늘이 지기 때문에 나무가지들이 북쪽으로 기울였다는 것이다.
삼라만상을 아우르시는 부처님의 뜻을 나무들인들 모르겠는가?

요사채 싸리 울타리를 지나면서 고개를 드니 언덕길이 나온다.
무심코 지나칠 뻔한 영산암으로 가는 길이다.

<달마가 동쪽으로 간 까닭은?>과 <동승> 이란 영화의 촬영지로도 잘 알려진 영산암은 무량해회(요사채)에서 100여m언덕을 올라가보니 다다른다.
높이 120cm정도의 낡고 낮은 우화루의 출입문을 지나니 이제 까지 보지 못했던 고옥한 한옥이 정감있게 한눈에 들어 온다
작은 마당엔 앙증맞도록 꾸며진 정원으로 기암석위에 휘엉청 휘늘어진 향나무가 철썩 주저앉아 있고 "ㅁ”로 꾸며진 각 건물의 툇마루와 누마루가 고향의

 옛집에 온 것 같아 한결 푸근함을 느낄 수 있다.
누마루에 올라가 봤다. 아니 누마루 앞에서 누마루를 통해 본 바깥 풍경은 한폭의 동양화 가 아니고 무엇이랴?
렌즈를 통해 본 정경은 채색 된 산수화를 보는 듯 하다.
이곳의 정경이 사진에 담기에 제일 빼어난 정경인듯 싶다.

영국의 엘리자벳 여왕이 이 곳에 와 보고 한국의 건축미에 경탄 하였다는 건 서양의 웅장한 건물에서 느끼지 못한 투박하고 무질서한듯하면서도 질서 정연하고 섬세한 동양의 건축미를 느꼈기 때문이리라.
나는 오랫만에 누마루에 걸터 앉아 밖을 내다보며 관조의 세계에 빠질 수 있었다.
한 가지 아쉬운 건 여타의 사찰과 같이 이 곳에도 전기줄이며, 볼품없는 등들이 걸려 있고 주위에 라면 박스, 비닐등의 쓰레기가 어지러히 있어 건물의 품위를 해치고 있다는 점이다. 전선은 지하로 등은 건물에
영산암의 불상은 보기 드물게 흙으로 빚은 토불이라니 흙에서 느낄 수 있는 정감이 다가온다.

만보계를 보니 약 3000보를 걸은 것 같다.
부처님에게 ,3000배는 못 드렸지만 그의 흔적을 찾아 3,000보를 걸었다?
경내에 머믄 시간은 2시간 반 정도 밖에 안 되는데…

오후에 떠난 여정이라 돌아 올 길이 바빴다. 
겨울 눈이 많이 온 날 다시 찾아볼 것을 나에게 약속하고 돌아오는 고속도로에 진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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